▲ 박진감 넘치는 연극 [돌아온 엄사장]의 공연 장면     © 김윤정 기자
비열한 엄사장의 특기는 욕
이건 영화다. 박진감 넘친다. 연극 [돌아온 엄사장](연출 박근형)은 빠르고 생동감 넘치는 장면 전환으로 관객들은 영화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무대는 시골 다방이다. 덜컹 거리는 철문에 촌스런 소파. 그냥 딱 포항 다방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트롯음악들이 어둠에 깔리면서 어느새 포항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엄사장’은 비열하고 겁쟁이다. 바로 나쁜놈이다. 하지만 왠지 얄밉지 않다. 엄사장은 극을 이끌어 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그의 연기는 더욱 빛을 바란다. 비열하면서도 비굴한 모습은 선천적인 엄사장의 모습이다.
 
이건 또 뭔가. 임산부가 다방의 마담인 ‘황마담’이다. ‘생명은 소중하다’며 담배를 피워대는 그녀는 만삭의 몸으로 ‘엄사장’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알 수 없는 조화. 여 경찰이 커피배달을 하고 다방 안에 사무실처럼 꾸며놓은 곳에는 경찰들이 있다. 그들이 모시는 건 경찰 서장이 아니라 바로 엄사장이다.
 
여기에 울릉도에서 엄사장의 연락을 받고 포항으로 온 건들거리는 '영필'과 '성효'까지 더해 조용한 시골 다방은 시끌벅적하다.
 
마지막 등장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엄사장의 막내아들 ‘엄고수’다. 첫 등장부터 강렬한 눈으로 카리스마를 토해내더니 기름을 몸에 붓고 난리가 났다. 그의 손에는 라이터가 들려있고 겁에 질린 엄사장과 똘마니들 때문에 객석까지 그 긴장이 전해진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엄사장에게 어머니의 유골을 가지고 찾아온 그의 막내아들 엄고수. 막내아들이라지만 어머니가 많은 비련의 청년이다. 그의 눈빛은 20년 동안 버림받은 한(恨)이 묻어있었다.
 
좌충우돌 캐릭터들은 어느새 한 자리에 모여 성공을 위한 음모를 꾸민다. 별로 계획적이지 않은 납치계획은 엄고수의 도움으로 그들에게 성공을 가져다주고 해피엔딩을 선물한다.
 
그리고 엄사장보다 더 악질인 엄사장 2세의 등장이 눈에 띈다. 올백으로 넘긴 머리에 얍삽한 웃음이 엄사장과 닮은 엄고수의 모습을 보고 객석에서는 알 수 없는 놀람 비슷한 반응이 흘러나왔다. 
 
그들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바다 향 나는 연출은 연극 무대를 스크린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배우들의 걸걸한 경상도 사투리는 지금까지 그들의 노력을 무대 위에서 온전히 보여주었다. 자연스럽게 사투리를 구사하기까지 그들은 직접 포항 답사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또한 무대에 오른 모든 배우들은 극에서 필요한 존재였다. 그 중에서 한 명이 빠졌다면 극은 지금처럼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다. 9명 모두가 [돌아온 엄사장]에 감초였다.
 
악한사람은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그것마저도 양보하지 않는 연극[돌아온 엄사장]. 그들만의 해피엔딩은 얄밉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엄사장이니까 용서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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