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te.com/view/20130916n00003

 

 

[티브이데일리 여경진 기자] 배우 고수는 생각대로 맑은 눈을 갖고 있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진중했고, 모든 질문에 허투루

대답하지 않았다. 대중에게 보여지는 것과 실제 모습이 거의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고수는 인기리에 방송되는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극본 박경수, 연출 조남국)에서 판자촌 출신이지만

성진그룹의 주인이 되려는 야망을 품은 장태주를 연기했다. 기존 드라마에서는 멜로연기를 주로 보여왔던 고수는

 '황금의 제국' 속에서는 연기변신이라 할 만큼 강렬한 남성미가 느껴져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황금의 제국' 24부작 중 현재까지 22회가 방송돼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고수를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에게 그 어떤 드라마보다 반전이 많은 '황금의 제국'에 대해 물었더니 깊이 공감하는 듯 "배우들도 뒷

이야기를 무척 궁금해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반전에 반전이 꼬리를 물고 진행되는 것 같아요. 배우들도 '황금의 제국'의 주인은 누가될까 굉장히 궁금해 하고

있죠. 그런데 연기하면서 반전이 아주 많다보니까 배우들 마저도 뒤를 예측하지 못해서 어려운 부분도 없지않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성진그룹에서 장태주가 떠나게 될 때가 궁금해요. 그 집안에서 어떤 표정으로 나갈까.

 아쉬움의 표정으로 나갈까, 아니면 속 시원한 표정으로 나갈까. 그렇지만 장태주라면 불편해도 버티고 버텨서 나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1998년 데뷔한 고수는 특유의 바른생활 이미지와 착한 청년같은 느낌이 강한

배우였다. 그는 지금까지 '피아노' '그린로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등 여자 주인공과 사랑 이야기가

주가 되는 드라마에 주로 출연해왔다. 그렇다면 고수에게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야망과 욕망을 극도로 표현해낸

 '황금의 제국'은 색다른 도전이고 변신일 터.

"제게 '황금의 제국'같은 기업 드라마는 처음이었어요. 무척 하고싶었고 언젠가는 해야 될 작품이라고 생각했었죠.

재밌어요. 힘들긴 하지만 배운 게 많아요(웃음)."

"시청자들은 '황금의 제국'을 보면서 선인이 누구이고 악인이 누구인가에 대해 궁금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주인공이 왜 착해야만 돼? 사람은 모두 선과 악을 동시에 갖고 있는데'라는 생각을 갖고 이번 작품을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전부 두 가지 모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시청자들에게 동정은 구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굳이 그러진 말자고요."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연기하면서 많은 생각을 거쳤을거라는 확신이 드는 대답이었다. 실제로 그가 연기한 장태주는

 사랑하는 여자를 대신 감옥에 보낼 정도로 독한 인물이다. 살기가 넘치는 성진그룹 안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 인물이

 장태주다. 그리고 장태주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 낸 그에게 연일 시청자의 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정작 주변 사람들과 시청자의 반응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연기력 호평요? 이제 받겠죠(웃음). 사실 작품 할 때는 여유가 없었어요. 연기는 늘 고민해야 되는 거지만 하면서 늘

 궁금했고요. 연기에 대해서 고민하던 찰나에 '황금의 제국'을 하게 됐어요. 하다보니까 나름대로 제가 가졌던 질문과

 의문이 해소된 것 같긴 해요. 그런데 이렇게 눈을 부라리고, 힘주고 이런 연기는 처음이었어요(웃음). 다른 작품을

하면서 잠깐 잠깐 힘 준건 있었지만 이번 연기는 조금 어렵더라고요. 시청자들이 느끼는 것처럼 저도 저에 대해서 이런

 연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의 말대로 그가 연기한 장태주를 비롯해 '황금의 제국'에 나오는 모든 출연진들은 한 번에 많은 대사를 쏟아내거나

 얼굴의 모든 근육을 동원해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야외 촬영이 거의 없이 주로 세트촬영으로 이뤄지는

 '황금의 제국'의 특징 때문이었을 것.

"'황금의 제국' 촬영하면서 출연자들끼리 '우리는 지금 24편의 연극을 했다'라고 이야기 했어요. 함께 연기하는 사람들

중에 연극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들이 인정할 정도로 세트신이 많았죠. 대사도 워낙 많았고요.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산으로 가지 않고 잘 흘러가는 걸 보면 작가님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그는 계속해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황금의 제국'에 대해 궁금해했다. 쪽대본을 받으며 긴박한 촬영을 이어

가는 중에서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내용에 대해 기대가 되는 대본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긴 대사와 클로즈업,

그리고 매번 으르렁대는 드라마 속 배우들의 실제 모습은 어땠을까.

"주로 성진그룹과 에덴을 왔다 갔다 하면서 촬영을 하는데, 성진그룹에 있을 때는 대화를 조금 덜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상대가 적들 뿐이기도 하고요(웃음). 에덴에 가면 모두 내 식구들이라는 생각에 편해서 말을 많이하는 건 있죠.

또 에덴하고 성진그룹이 가까이에 있거든요. A세트에서 이렇게 찍고, B세트에서는 저렇게 찍고, 이게 굉장히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배우들끼리 촬영 기다리면서 보내던 시간, 나중에 생각 많이 날 것 같아요."

지난 3개월 간, 지금도 촬영에 한창일 고수에게 '황금의 제국'은 그의 연기인생 중 가장 센 캐릭터였고, 색다른 고수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멋지게 잡아낸 그가 다음에 찾아올 기회는 또 어떻게 활용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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