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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① '미씽' 작가 "실종, 가족이 아닌 사회가 함께 해야할 문제"(인터뷰)

jun9min 2020. 10. 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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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① '미씽' 작가 "실종, 가족이 아닌 사회가 함께 해야할 문제"(인터뷰)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지난 11일 종영한 OCN 토일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극본 반기리 정소영/ 연출 민연홍)은 실종된 망자들이 모인 영혼 마을인 '두온 마을'을 중심으로 실종된 자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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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지난 11일 종영한 OCN 토일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극본 반기리 정소영/ 연출 민연홍)은 실종된 망자들이 모인 영혼 마을인 '두온 마을'을 중심으로 실종된 자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특히 새아버지에게 아동학대를 받다 실종된 하늘이(장선율 분) 에피소드는 엄마를 향해 웃으며 달려나가는 하늘이의 영혼이, 시신이 발견되면서 소천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는 평이다.

어린 시절 실종된 엄마 김현미(강말금 분)를 두온마을에서 만나게 된 김욱(고수 분)의 에피소드와 실종된 딸 장현지를 끊임없이 기다리는 장판석(허준호 분)의 모습도 '미씽: 그들이 있었다'에 공감하게 했다. 또한 독립 운동을 하다 실종된 토마스(송건희 분)의 에피소드, 실종된 연인 최여나(서은수 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준호(하준 분)의 에피소드 등 실종에 관련된 많은 사연을 담으며 '미씽: 그들이 있었다'는 시청자들에게 실종 사건의 아픔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미씽: 그들이 있었다'를 그려낸 반기리 정소영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일까. 최근 뉴스1과 나눈 서면인터뷰에서 반기리 정소영 작가는 '미씽: 그들이 있었다'를 집필하면서 느꼈던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놨다.

-실종된 자들이 모인 두온마을이라는 설정은 어떻게 시작됐나.

▶(반기리, 정소영 작가) 11년 전, 친한 후배와 수다를 떠는 자리에서 출발했다. 후배의 꿈 얘기에서 시작한 호기심이 실종된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커지면서 바로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가장 큰 놀라움은 실종된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였고, 그들이 어딘가에 있다면 어떻게 있을까를 상상하면서 두온마을과 '미씽: 그들이 있었다'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두온마을이라는 공간을 만들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반기리 작가) 실종된 망자들이 사는 곳이지만 그곳이 공포스럽거나 음산하지 않기를 원했다. 그들 역시 이웃이 되어 서로 정을 나누고 웃고 울고, 이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희망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현실보다 더 평화롭고 따뜻한 마을로 설정했고, 감독님과 제작진이 동화같이 예쁜 두온마을을 만들어 주셨다.

▶(정소영 작가) 그들이 어딘가에서 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 그래서 두온마을은 그 어느 곳보다 밝고 따뜻하기를 원했다.

 

-드라마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나.

▶(정소영 작가) 어딘가에 실종된 누군가가 있고, 실종된 가족, 친구, 연인을 기다리는 누군가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거였다. 우리가 그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든든함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반기리 작가) 실종자를 기억하고 찾는 일은 단지 실종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독립군인 토마스에 대해서도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이 많았는데.

▶(반기리, 정소영 작가) 실종은 이 시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전 시대에도 있었던 일이다.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위해 싸우다 억울한 죽음을 맞은 사람들,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진 숱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토마스는 그 시절을 대표하는 인물인 셈이다.

 

-김욱 김현미 모자의 상봉은 어떻게 그리려 했나.

▶(반기리, 정소영 작가) 망자의 공간인 두온마을에서, 살아 있는 김욱과 죽은 현미의 '모자 상봉'은 충격과 슬픔인 동시에 우리 드라마가 꿈꾸는 판타지이기도 했다. 27년을 지나, 성장한 아들과 과거에 멈춘 엄마의 만남은 가슴 아프지만 서로 오해를 풀고 상처를 보듬는 기회가 됐으니깐 말이다. 이 드라마의 시작도 거기서부터였다. '주인공이 망자의 마을에 갔다가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만난 거야' 10년 전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딸이 실종된 장판석을 그리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정소영 작가) 실종된 가족을 기다리면서 애타게 찾는 사람들의 하루는 감히 저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루라도 실종된 아이, 아내, 친구를 찾아 나서지 않으면 죄책감으로 잠 못 드는 이들의 마음을 장판석을 통해 담고 싶었다. 그 간절한 마음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반기리 작가) 망자를 바라보는 장판석의 시선이다. 판석은 두온마을 사람들의 고통과 상처를 외면하지 못하고 그들의 시체를 찾는 고단한 일을 자처한다. 판석에게 망자들은 자신의 잃어버린 딸, 현지와 다름없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가장 잘 알기에 같은 심정으로 그들을 돕는 판석의 마음과 시선을 담고 싶었다.

 

-최여나와 신준호 커플의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갔나.

▶(정소영 작가) 준호와 여나의 이야기는 가장 고민이 많았다. '미씽: 그들이 있었다'에서 여나와 준호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실종이라는 사건의 현재진행형을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사랑하는 이의 실종, 죽음을 누군들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 그 과정이 절절할 수밖에 없는 건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도 꼭 그 둘이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반기리 작가) 사실 여나의 모습은 27년 전 현미와 박영호의 모습이고, 백 년 전 토마스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와 작별인사도 못한 채 망자가 됐다는 건 어떻게든 부정하고 싶었을 거다. 그래서 준호와 여나의 이야기는 판타지이면서도 가장 현실에 가까운 감정이었고, 그래서 더 슬펐다.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 에피소드들이 있나.

▶(반기리 작가) 엄마에게 달려가는 하늘이가 결국 품에 안기지 못하고 사라질 때, 그 모습을 지켜보는 김욱의 심정은 저희 마음이기도 했다. 욱이가 아들인 걸 알고 나서 하늘을 보며 원망하는 현미의 오열 장면은 너무 마음이 아파서 볼 때마다 울었다. 교도소 면회실에서 강명진을 기다리는 장판석도. 그러고 보니 아프지 않은 에피소드가 없다.

▶(정소영 작가) 슬프지 않은 에피소드가 없다. 그래도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하늘이 실종 에피소드가 가장 마음 아팠다. 실종과 관련한 자료를 찾아보면서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의 실종이었다. 그 작고 소중한 아이들이 어디로 사라진 건지, 정말 어디로 사라진 걸까 궁금하다. 더 이상 아이들이 실종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결말에는 어떤 의미를 담으려 했나.

▶(반기리, 정소영 작가) 지금도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거나 기억에서 잊혀진 수많은 실종자들이 있다. 두온마을의 주민들은 그 중 일부에 불과하다. 에필로그에서 '나 방금 현지아빠 봤어'라고 말한 아이가 있던 곳에도 또 다른 '그들'이 있다. 어딘가에 있을 수많은 실종자들, '그들'이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tae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