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조저택 살인사건’ 고수, 외모 낭비한다고 말하는 이들에게(인터뷰)
http://www.newsen.com/news_view.php?uid=201705071535256710
[뉴스엔 배효주 기자]
잘생긴 얼굴로 망가짐을 불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얼굴, 그렇게 쓸 거면 나를 달라'고 하게 된다.
이번 '석조저택 살인사건' 속 고수를 본 남성 관객들은 절로 그런 말을 하게 될지도. 그만큼 배우로서
자신을 버리고 캐릭터 변신에 투신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5월 9일 개봉하는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감독 정식 김휘)은 해방 후 경성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살인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다. 유일한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뿐인 의문의 살인사건에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김주혁 분)와 과거를 모두 지운 정체불명의 운전수 최승만(고수 분)이 얽히며 벌어지
는 서스펜스 스릴러를 그렸다.
극 중 고수는 남도진의 개인 운전수이자, 사체가 없는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최승만 역을 맡았다.
남루한 행색, 꾀죄죄한 모습을 하고 남도진에게 굽실거리는 모습이 낯설다. 목소리 톤도 모조리 바꾸었다.
그러나 의뭉스런 모습 뒤 형형한 그의 눈빛은 무언가를 잔뜩 감추고 있는 듯하다.
"서스펜스는 유추하고 추리하는 재미가 있잖아요? 영화 속에서 주어졌던 정보들이 나중에 가선 다 짜
맞춰지는 게 재밌더라고요. 특히 '석조저택 살인사건' 같은 경우엔 기존 한국 영화나 해외 영화에서 볼
수 없는 구조나 완성도가 있어요. 그런 것들을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촬영했죠."
이번 작품에서 고수는 그의 수려한 외모를 포기했다. 얼굴에 선명한 흉터 자국을 그려 넣는 건 오히려
수월한 작업이었다. 앞머리를 드러내기 위해 실제로 헤어라인을 M자로 밀어버린다든가, 눈썹을 지저분하게
덧붙이는 등 초라한 모습을 연출하며 대단한 외적 변신을 꾀했다. 고수는 "연기 할 때는 부담이 없었는데,
막상 개봉할 때가 되니까 관객분들이 어떻게 보실까 설렘이 생긴다. 궁금하기도 하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고수의 이미지 변신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개봉했던 영화 '루시드 드림'(감독 김준성)에서도 고수는
'고비드' 외모를 벗어던지고 실종된 아들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아버지 역을 맡았었다.
이번에 맡은 최승만 역에서도 역시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광적으로 몰두하는 모습을 선보인다.
조각 같은 외모보다 농익은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이상하게 전 한 작품 안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인물에 관심이나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연기했던
역할들 모두 변화가 있는 캐릭터거든요. 익숙해지는 걸 피하고 싶달까요. 그래서 '석조저택 살인사건' 최승만을
선택했죠. 물론 전작 '루시드 드림'도 마찬가지였고요. 앞으로 개봉할 영화 '남한산성' 날쇠도 그간 보여드리지
않은 역할이에요."
잘생긴 게 세상에서 제일 짜릿하다고 말하는 국민 미남 정우성과는 달리, '한 잘생김' 하는 고수는 여전히 외모
칭찬이 부끄러운 모양새였다. 외모보다는 연기로 자신을 평가해달라고 거듭 당부하는 그는 천생 배우가 맞았다.
"외모가 망가졌다고요? 배우 고수가 망가졌다기보다, 그 캐릭터가 겪는 일이고 과정이라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그 인물에 깊숙이 다가가서 감정이나 상황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지, 내 외모가 관객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