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영화* 상의원

영화 '상의원'의 공진役 맡은 고수 "세상에 천재란 없죠, 부족하면 채우면 돼요"

jun9min 2014. 12. 22. 20:23

http://www.fnnews.com/news/201412221724426237

늘 쫓기고 억울한 역할만 하다 오지랖 넓은 능구렁이 역 맡아..
공진은 기방서 소문난 디자이너, 왕실로 가면서 갈등 시작되죠
30년 경력 어침장이 질투하다니 열등감이란 참 무서운 감정이죠

 


드라마 '피아노'에서 금지된 사랑을 했던 청년부터 영화 '백야행'의 살인사건 피해자의 아들,

'초능력자'에서 홀로 외롭게 초인과 싸워야 하는 사나이, '집으로 가는 길'의 마약범 용의자의

남편까지 어둡거나 외롭거나 힘겨운 역할만 맡아왔던 고수(36·사진)였다. 작품 밖에서도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미소만 짓곤했다. 그런 그가 변했다. 연신 과자를 입에 넣으면서 살찔

 걱정을 하는가 하면 헤헤거리며 익살스럽게 웃는 모습이 영화 '상의원'에서 그가 연기한

이공진과 닮아있었다.

"왜 그동안 그런 역할만 했는지 모르겠어요. 마냥 웃기보다는 쫓기고 억울하고 힘든 캐릭터를

 선호했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저의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노력해요.

공진은 그동안 했던 역할과는 확실히 다르죠."

24일 개봉을 앞둔 이원석 감독의 영화 '상의원' 속 공진은 고수의 말대로 '풍운아'다.

천민 출신이라는 것 외엔 어디서 왔고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 가려져 있다. 능청스럽기가

능구렁이 같고 오지랖이 태평양이다. 기방을 돌아다니며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여 저잣거리에서

 입소문이 나지만 신분상승이나 부자가 되는 걸 꿈꾸지도 않는다. 그저 입었을 때 예쁘고 편안한

 옷을 만드는 데에만 몰두한다.

"입는 사람의 몸에 딱 맞고 어울리는 옷을 만든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때부터 영화가 시작되요.

공진의 등장은 혁신이죠.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공간을 처음으로 조명하는 영화인 만큼 한복의

아름다운 향연을 보여드리면서 이 공간을 둘러싼 갈등과 감정싸움들을 보여드리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아름다우면서도 편한 옷'을 만드는 공진이 우연한 기회로 궁에 입성하고 재능을 인정받게

되면서부터 갈등의 싹은 시작된다. 상의원의 수장인 어침장 조돌석(한석규)이 양반으로의

신분상승을 눈앞에 두고 왕(유연석)의 관심이 공진에게 향하자 눈이 뒤집힌 것. 여기에 왕의

사랑을 받지 못해 시들어가는 왕비(박신혜)의 슬픔, 왕비에 대한 공진의 짝사랑과 헌신,

2인자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왕(유연석)의 광기 등 여러가지 줄기가 얽혀있다. 공통점은

이들 모두 무언가에 결핍돼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돌석은 좀 다르다.

"30년 경력의 어침장이, 아무 것도 아닌 공진을 질투한다는 게 선뜻 이해가 안될 수 있죠. 그래서

 열등감이란 게 무서운 것 같아요. 하지만 공진은 사람들이 흔히 중요하게 여기는 돈, 명예, 권력,

이런 데서 자유로워요. 자신이 하고싶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그러니 열등감도 없죠.

천재라기보다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조각같은 외모로 '고비드'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고수는 자신도 "열등감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했다.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인 이유는 지금은 부족함을 스스로 채우는 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천재란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저도 물질이든 능력이든 못가진 것에 대해 질투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노력으로 채워가며 살자고 생각해요. 공진도 노력하는

인물이었어요. 영화 후반에 바늘 때문에 상처가 가득한 공진의 손가락을 보면 그가 '타고난 모차르트'가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는 살리에르였다는 걸 알게 되실 거에요."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