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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원’ 요모조모 따져 보니 썩 괜찮은 영화 [씨네뷰]

jun9min 2014. 12. 1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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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최선을 다해 노력한 이의 질투가 비난 받아 마땅한 것인가.

살리에르는 최선을 다해 노력한 이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그런 살리에르의 최선을 무위로 돌려버린

 존재다. 성인군자가 아니고서야 자신의 노고가 물거품이 된 마당에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상의원’을 보고 있노라면 명작 ‘아마데우스’를 떠올리게 한다. 돌석(한석규)과 공진(고수)의 관계가

 딱 살리에르와 모차르트를 떠올리게 한다. 돌석은 30년 평생 바느질을 하며 왕의 옷을 만들어온

어침장이다. 하지만 기존의 규범을 깨트리는 저돌성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공진이 30년간 쌓아 올린 공든 탑을 한 순간에 무너트린다. 그렇기에 돌석이 자신을 가둬 버린

규제를 깨지 못한 아둔함에 대한 분노와 이를 탈피한 공진의 천재성을 질투하는 것이 당연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리에르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우두머리가 되는 자가

 모차트르를, 되지 못한 자들이 살리에르라는 배역을 배정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상의원’의 공진보다 돌석에게 마음이 갈 수 밖에 없다.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애증 관계를 묵직하게 풀어낸다. 이 묵직함에 관객들이 짓눌리지

 않도록 모차르트의 독특한 웃음 소리라는 장치를 마련했다. 모차르트의 독특한 웃음 소리가 묵직함의

강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했다.

‘상의원’은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원석 감독은 ‘남자사용설명서’에서 보여준 독특한 연출 방식을

 ‘상의원’에 대입해 묵직함을 덜어내려고 했다. 특히 공진과 돌석이 상상을 하는 장면에서 판타지 요소를

사용해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분위기를 가벼이 만들었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으로 갈수록 이원석 감독의

 장점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렇기에 영화 전반부의 가벼움으로 인해 영화 후반부의 묵직함이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이러한 아쉬움을 제쳐 두더라도 조선시대 궁중의복 제작 기관 상의원 자체에 초첨을 맞춘다면 이원석

감독의 미적인 감각에 감탄을 하게 된다. ‘상의원’은 제작비 100억여원 중 의상 제작비에만 10억원이

투입될 만큼 의상에 힘을 쏟았다. 중전(박신혜)의 각종 의복, 가례복 등은 한복 고유의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롭게 변형돼 한복의 새로운 면모를 느끼게 한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흠잡을 때가 없다. 누구보다도 한석규의 연기는 전율을 느끼게 할 만큼 완벽했다.

한석규의 연기 내공은 공진을 향한 돌석의 질투, 분노, 자괴감을 담아낸 표정 연기을 통해 그 깊이를

느낄 수 있다. 가체를 쓴 채 춤을 추면서 보여주는 눈빛, 진연에서 공진이 만든 옷을 보는 시선 등은

 뇌리에 박힐 만큼 강렬하다.

고수를 비롯해 박신혜, 유연석은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해냈다. 고수는 공진의 자유분방함을 극에 잘

녹여냈다. 첫 사극 도전임에도 기존에 현대극의 세련된 이미지를 지우고 사극의 이미지를 잘 입혔다.

유연석은 열등감에 쌓여 스스로를 옭아매는 왕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는 한석규와 고수라는 선배

배우와의 호흡에서도 밀리지 않고 능숙하게 합을 맞췄다. 

박신혜는 ‘7번방의 선물’에서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작품에서도 박신혜의 존재감은

분량과 상관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한석규와 고수, 그리고 유연석 사이에서 유일한 여자 배우임에도

기억 속에 남는 연기를 펼쳐냈다. 특히 중전과 왕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립하는 장면에서 박신혜의

표정 연기에 감탄을 하게 한다. 

‘아름다운 한복을 보는 즐거움을 위해 영화를 찾아도 좋다. 믿고 보는 배우 한석규와 고수, 유연석, 박신혜

 4명의 연기가 궁금해서 영화를 봐도 괜찮다. 아니면 정통 사극이 아닌 신선함을 찾는 이들에게도 흥미롭다.

‘상의원’은 요모조모 따져보면 썩 괜찮은 영화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상의원’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