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고수 “이 시대의 아버지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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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드’ 고수가 지질한 남편으로 변신했다. 바로 영화 ‘집으로 가는 길’(감독 방은진, 제작 다세포클럽)을 통해서다.
친구한테 빚보증을 서고, 한 순간에 가정을 풍비박산 내는 못난 남편. 가정을 살리기 위해 외국으로 떠난 아내가
마약범으로 오인 받고 돌아오지 못하는 순간, 세상을 잃은 것 같은 절망에 휩싸인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공권력에
대한 원망뿐이다. 그 순간 고수가 쏟아내는 뜨거운 눈물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콕콕 쑤신다.
그동안 고수는 주로 멋진 역할을 해왔다. SBS 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도 남성미 철철 넘치는 야망가로, 영화
‘반창꼬’에서는 순정파 소방대원 역할로 매력을 어필했다. 그런 그가 잘난 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남편
종배로 관객을 울렸다.
영화가 개봉한 뒤 고수는 “고맙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듣는단다. 그는 “‘감동했다’, ‘재밌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것 같다”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특히 남자 분들이 이 영화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산 남자의 이야기이기도 하잖아요.
그 남자가 바닥에 내몰리는 상황까지 갔을 때 느끼는 그 절망감이 참 씁쓸하죠. 사실 살면서 여러 가지 상황에
부딪히고, 길이 막히곤 하잖아요. 특히나 종배는 아내와 딸에게 해줄 수 없으니 얼마나 더 답답했겠어요.”
고수는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종배를 세상에서 가장 못난 남편으로 표현했다. 많은 남자들이 밖에서는 웃다가도
아내와 가정의 소중함을 모르고 버럭 대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란다.
“종배가 마지막 장면에서 ‘아내를 거기 보내는 사람은 접니다’라고 말하잖아요. 가족에게 해줄 게 없는 남편,
그리고 아버지로서 미안한 마음이 가장 잘 묻어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종배를 못난 가장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남자 분들이 제발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거든요. 영화를 보고 간접 경험을 하셨으면
하는 바람이죠.”
주로 남감독들과 완벽한 호흡을 맞춘 고수는 이번 영화에서 여감독을 만났다. 방은진 감독의 여성스럽고 세심한
연출력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황.
“맞아요. 굉장히 섬세하신 감독님이죠. 그래도 종배에게는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셨어요. 그냥 저를 믿고 맡겨
주셨죠. 솔직히 종배가 누군가를 이기는 캐릭터가 아니잖아요. 밟히고, 쓰러지고 넘어지는 역할이죠. 그 상황을
그 때 그 때 느끼고 표현하는 게 중요하죠. 초반에 캐릭터를 표현하는 설정에서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그리고 우리 현장에는 결혼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하다보면 참, 가장으로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장으로서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는 상황에 부딪히면 가슴이 미어지죠.”
집은 그야말로 마음의 고향이다. 어떤 형태를 하고 있든지 간에 집만큼 편한 곳이 없다. 한 가정의 남편, 그리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된 고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집이요? 편안함이 아닐까요. 집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길 같아요.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집으로 가실 때 웃으면서 가셨으면 좋겠어요. 갈등이 없는 가족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가족이니까 다
용서할 수 있는 거고, 가족이니까 무책임하게 구는 것 역시 안되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네요. 하하.”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