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영화* 집으로 가는길

고수 "답답하지만 납득할 수 있는 인물을 그리고 싶었죠"

jun9min 2013. 12. 11. 20:57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1312112003173&sec_id=540101&pt=nv

 

“8㎏를 찌우든 아니면 그만큼 빼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얼마나 편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가 중요하죠.”

배우 고수(35)는 <집으로 가는 길>의 평범한 남편을 보여주기 위해서 살을 찌웠다. 근육질 몸을

자랑하던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일부러 간식을 챙겨먹으며 체중을 늘렸다. 고수는 ‘조각미남’

‘고비드(고수+다비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연기할 땐 외모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수는 ‘평범’이나 ‘내면’이란 단어를 자주 썼다.

잘생긴 외모보다는 내면이 돋보이는 연기를, 비범보다는 평범함을 지향하는 그의 생각이 드러났다.

 

“제가 맡은 김종배는 정말 답답한 인물이죠. 변호사 선임도 못하고, 프랑스 외딴 섬 감옥에 갇힌

아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요. 안타까워하면서도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주 평범한

 시민이죠. 관객들이 ‘말도 안돼’라고 하시지 않고 납득할 수 있도록 내면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집으로 가는 길>은 2004년 마약을 운반한 혐의로 프랑스 경찰에 체포돼 2년 동안 구금된 한 가정

주부의 실화를 담았다. 주인공 송정연(전도연)의 남편인 김종배는 그의 말마따나 답답하다.

후배 빚 보증을 잘 못 서서 직장과 집을 잃고 결국 아내를 위험한 상황에 내몬다. 아내가 프랑스 감옥에

 갇힌 걸 알고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고수는 “관객들이 답답한 종배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도록 하는 게 내 임무였다”고 했다.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지만 그는 가장이 모습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큰 소리 치던 종배가 나중에는 점점 소극적이 되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어요.

그러면서 가장의 책임감 같은 것도 느꼈죠.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그렇잖아요. 나이가 들면 자식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어도 그저 지켜보시죠. 종배도 그런 마음이었을 거예요. 지켜볼 수밖에 없는 가장이라는

 점에 끌려서 선택했던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 답답한 부분이 많았다.

고수는 배역에 대해 설명하면서 손으로 탁자를 살짝 내리치거나 손가락으로 두드리곤 했다.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면서는 손으로 탁자를 쳤고, “아무리 두드려도 안 되는 상황”을

설명하면서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그만큼 답답했던 것 같았다.


<집으로 가는 길>은 배우 출신 감독인 방은진이 메가폰을 잡았다. 연기 경험이 있으니 연기 지도를

꼼꼼하게 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고수는 “감독님이 정확한 연기 지시가 없는 게 처음엔

 불만이었다”고 했다.

“아내가 프랑스에 갇혀있으니까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잖아요. 상황을 돌파하려고 해도 가로 막히는

상황이죠. 시도는 계속 하는데 어떤 힘에 의해 짓눌리는 역할이라서 너무 답답했어요. 촬영이 끝난

후에도 그 답답함은 해결이 되지 않았죠. 아마도 야망을 드러내는 드라마 <황금의 제국>의 장태주를

선택한 게 그 때문인 것 같아요.”

고수는 말이 느린 편이다. 말과 말 사이에 휴지도 길다. 대답이 끝난 줄 알고 다음 질문을 했는데, 아직

말이 안 끝났다면서 대답을 이어간다. “말이 느리니까 할 말이 남았는데도 상대가 전화를 끊는 경우가

많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자신을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다. “스태프들의 힘을 빌려 화장과 의상을 더할 때 잠시

 특별해 보일 뿐이지 비범한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고수가 그동안 영화에서는 맡은 역할도 마찬가지다. <초능력자>(2010)에서 전당포에서 일하는 점퍼 차림의

 순박한 청년으로,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한 <고지전>(2011)을 할 때는 얼굴에서 그을음이 떠나질 않았다.

<반창꼬>(2012)에서도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까칠한 소방관 역할이었다.

고수는 “현재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걸 존중해야 연기를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과 상황은 변한다”

면서 “내면에 생긴 변화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보여주는 게 좋은 연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