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황금의 제국', 결말 미리 알고 선택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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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사로잡은 고수 "'황금의 제국', 인간 본능 나오게 하는 드라마"
[장진리기자] "가는 데까지 가보고 싶었다."
'그들만의 세상' 성진그룹을 손에 넣기 위해 브레이크도 없이 끝을 향해 전력질주했던 장태주.
가족의 행복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던 영민하고 다정하던 사법고시 준비생 장태주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 앞에 '황금의 제국'을 손에 넣기로, 가진 자들이 정한 세상의 룰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조남국 PD와 박경수 작가에 박근형, 손현주, 류승수, 장신영까지 2012년을 휩쓴 최고의 명품 드라마
'추적자'의 드림팀이 뭉쳐 화제가 된 '황금의 제국'은 단 1초도 눈을 뗄 수 없게 반전이 거듭되는 쫄깃한
극 전개와 연기자들의 명품 연기로 또 한 편의 명품 드라마 탄생을 알렸다.
'황금의 제국' 인기의 중심에는 야망을 이루기 위해 멈출 줄 모르는 남자, 장태주를 연기한 고수가 있다.
이별이 늘 그렇듯이, 고수에게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내 몸 같은 장태주와의 이별은 시원섭섭하다.
고수는 "잘 끝난 것에 대해서는 일단 기쁘다. 시원섭섭하다"고 입을 열었다.
'황금의 제국'은 시청자들의 호평에도 시청률 면에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고수는 아쉬움이나
후회는 전혀 없다. 숫자가 좋은 드라마를 대변해 주지 않는다는 굳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시청률은 크게 연연하지 않았어요. 요즘은 휴대전화로도 보고, 다시보기라든지
다운로드도 있잖아요. '황금의 제국' 보신 분들이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어요. 체감으로 저희 드라마를
많이 봐주셨다는 걸 느꼈어요. 또 드라마는 시청자 분들의 성향에 따라 선택해 주시는 거니까요."
'황금의 제국'은 장태주의 자살을 암시하는 씁쓸한 결말로 종영을 맞았다. 처절한 욕망의 전쟁터에서
패배한 장태주는 파도가 몰아치는 방파제를 홀로 쓸쓸하게 걸어간다. 고수는 처음부터 결말을 알고
'황금의 제국'이라는 거칠고 황량한 싸움터에 뛰어들었다.
"드라마를 시작할 때 미리 결말 얘기를 들었어요. 처음에 엔딩을 듣고 그런 엔딩으로 진짜 간다면
'황금의 제국'의 장태주로서 한 번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임팩트가 강했죠."
성진그룹에 입성한 장태주는 자신이 혐오했던 그들의 모습과 똑같아진다. 폭주하던 장태주는 벼랑 끝에
서게 되자 재개발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결국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들처럼 용역 투입을 결정하는 것.
항상 선(善)의 편에 서는 모습으로만 그려지던 다른 드라마 주인공과는 달리 장태주는 멈출 줄 모르는
폭주기관차처럼 악(惡)을 향해 달려간다.
"장태주로서는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었죠. 하지만 용역을 부르면서 태주도 똑같은 사람이 된 거에요.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나는 당신과는 달라' 그런 생각으로 살았는데 태주도 몰리다 보니까 그런 결정을
내린 것 아닐까요? 항상 드라마에서는 선악이 나눠져 있잖아요. 주인공은 멋진 모습, 예쁜 모습만 보이고,
지저분하고 악한 역할은 다른 캐릭터들이 다 하죠. 하지만 '황금의 제국' 속 장태주라는 인물은 선악을
다 가지고 있는 그냥 보통 사람이에요. 장태주가 그런 인물이라서 출연하게 된 것 같아요. 나약한 보통
인간의 모습과 벼랑에 몰렸을 때의 추함, '황금의 제국'은 어떤 인간의 본능을 나오게 하는 드라마 같아요."
'황금의 제국'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 누구도 완전히 선하지도, 완전히 악하지도 않다. 장태주는 성진그룹의
주인이 되고 싶다는 꿈과 야망에 따라 움직이고, 최서윤(이요원 분)과 최민재(손현주 분) 등 성진그룹
사람들은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살아남기 위해 밟고 밟히는 일을 계속한다.
과연 '황금의 제국'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
고수는 쉽사리 답을 하지 못하고 고민했다. "살인했다는 거 빼고는 다 비슷하지 않을까요?" 고수는 허허
웃었다. 고수는 "태주 입장에서는 성진그룹 일가가 가장 나쁘고, 성진그룹 일가에서는 태주가 나쁘다고
생각할 것 같다"며 "사람은 다 불쌍한 것 같다. 그게 인간이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모습일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인간의 그런 모습 때문에 '황금의 제국'을 선택했어요. 다른 드라마와는 차별화 돼 있어요. 감독님, 작가님의
의도를 충분히 받아들였죠. 동정을 구해야겠다는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장태주는 욕심이 과하죠,
야망이 가득한 인물이니까. 가는 데까지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도 태주만 미워하시지,
고수는 미워하지 마세요(웃음)."
'황금의 제국' 종영 직후이지만 고수는 벌써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되도록 빠르게, 좋은 작품으로 새로운
변신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한 두 달 정도 쉬고 차기작에 들어갈 생각이에요. 충분히 충전 가능해요.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작품을 많이 해야 발전도 있는 것 같아요. 다음 작품도 기대 많이 해 주세요."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