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드라마* 황금의제국

'황금의제국' 선악 따로 없던 전쟁이 남긴 메시지

jun9min 2013. 9. 19. 16:29

http://star.mt.co.kr/view/stview.php?no=2013091721164200843&type=1&outlink=1

 

 

'황금의 제국'은 결국 '그들'의 손에 다시 돌아갔다.

지난 17일 오후 막을 내린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극본 조남국 연출 박경수 제작 드라마하우스)은

장태주(고수 분)가 괴물이 돼가는 자신을 멈추고, 죽음으로써 스스로에 벌을 내렸다.

'황금의 제국'은 황금의 제국이라 불리는 굴지의 대기업 성진그룹을 둘러싸고 이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욕망을 그린 드라마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과연 누가 그룹을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최동성 회장(박근형 분)이 후계자로 지목했던 딸 최서윤(이요원 분)이 전쟁에서 승리했다.

장태주는 철거민이었던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성진그룹 사람들처럼 변해가는 자신을 깨닫고 결국 죽음으로

 끝없는 욕망을 멈출 수 있었다.

최민재(손현주 분)는 최서윤에게 허를 찔렸다. 그는 한강변 도심 재개발 분양을 위해 뉴타운 지정 취소에

개입,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체포됐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공허한 외침을 남기고 그는 성진그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최서윤은 최동성의 딸이었다. 숱한 위기에서 많은 희생을 치러 그룹을 지킨 아버지의 모습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아버지는 어땠는가를 떠올렸다. 장태주의 말대로 황금의 제국은 최동성이

만든 세계였고, 최서윤을 이길 수 없었다. 제왕의 자리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황금의 제국'은 이상한 드라마다. 그간 격동의 경제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은 많았지만, '황금의 제국'만큼

 인물들의 대립을 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있었고

박진감이 넘쳤다.

이들의 싸움은 한 번의 승부로는 결코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이 있었고, 식탁 위에서 대화로 세상을 움직였다.

이들의 말 한마디가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다. 죄를 저지르는 사람과 벌을 받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이처럼 '황금의 제국'은 화제성이나 시청률 면에서 기대만큼 큰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작가와 연출진이

그대로 호흡을 맞췄던 전작 '추적자'가 막판 20%를 돌파하며 동시간대 1위로 올라서고, 인물들의 대사가

어록으로 회자된 데 비해 '황금의 제국'은 조용한 작품이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빠른 전개, 경제사를 줄기로 한 기업 이야기가 대중적인 관심을 얻는 데는 역시

어려움이 따랐다. 그럼에도 '황금의 제국'에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경쟁작들 사이에서 차별화되는 메시지를

 담아냈고, 이를 통해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 것만은 분명하다. '황금의 제국'을 본 시청자들은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반전에 열광했다.

'황금의 제국'이 탄탄한 고정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호평을 얻어낼 수 있었던 데는 극본과 연출, 연기력이

하나 된 덕이다.

무모한 욕망에 사로잡혀 불꽃같은 삶을 산 청년 장태주 역의 고수, 성진그룹의 외로운 성주 최서윤 역이 이요원,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제국을 흔든 사나이 최민재 역의 손현주는 명불허전의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삼국지 등 고전을 인용해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쟁을 우아하게 표현해 낸 대본과, 이 같은 정적인

대화를 어떤 싸움보다 격동적으로 그려낸 연출의 힘도 '황금의 제국'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이유다.

황금의 제국을 갖기 위해서는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청년의 이야기. '황금의 제국'은 마지막에 최고의 반전을

선사했다. 시청자들은 누가 제국의 주인이 될 것인가를 궁금해 하며 지켜봐 왔다. 하지만 드라마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가난한 청년의 성공기가 아니었다.

한 없이 아버지를 불쌍히 여겼던 최서윤은 결국 아버지 최동성의 전철을 밟아 회장이 됐다. 하지만 식구도 동료도

 버린 뒤에야 비로소 그 자리에 앉는 것이 가능했다. 긴 전쟁이 비로소 끝났지만 아무도 승리감을 느끼지 못한

 결말이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여운을 남겼다.